“샤인 배이 노, 박씨.”
7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면동초등학교(교장 오운홍) 5학년 7반 교실. 3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34명 어린이 모두가 선생님을 향해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어로 인사를 한다. 호기심 가득찬 눈들이다. 평소 같으면 짝꿍과 떠드느라 어수선할 텐데 모두들 진지한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단에는 담임 교사가 아니라 1일 교사로 초빙된 몽골 선생님 세 명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미리 배워서 한 인사는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란 뜻의 몽골말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리미(28)씨가 영상자료를 보여주며 유창한 한국어로 몽골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몽골의 의식주와 역사,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넘어갈 때마다 신기한 듯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진다. “몽골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과 똑같이 생겼는데 입는 옷이 왜 틀리죠?” “말을 너무 잘 타요. 말 타는 법 좀 가르쳐 주실래요?” 데지드(36)씨가 대답을 이어간다. “몽골은 내륙 국가여서 날씨가 추운 날이 많아요. 옷을 두껍게 입는 것은 그 때문이죠.”
수업을 맡은 아리미, 데지드, 톡소(33)씨는 모두 몽골에서 온 외국인 여성 노동자. 노동인권회관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 없애기 수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대학을 나온 엘리트이지만 생계를 위해 3년 전 한국으로 취업을 왔다.
낯선 땅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은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데지드씨는 “생김새가 비슷해 친근감이 들 만도 하건만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초등학생 대상 ‘편견 없애기’ 사업은 서울 지역 초등학교 15곳을 비롯해 지금까지 20여 차례 열렸다. 미얀마, 네팔, 인도네시아 등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사로 나서 자기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몽골에서 교사로 일했던 톡소씨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너무나 즐겁다”며 “오늘 수업을 통해 몽골에 대해 여러 부분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의 공기놀이와 비슷한 ‘샤라이’라는 몽골 전통놀이에 열중하고 있던 최영일(11)군은 “태권도장에 같이 다니는 몽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네 나라가 이렇게 재미있는 나라인 줄 몰랐어요. 이 다음에 커서 꼭 한번 여행 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담임 이연숙(24) 교사도 “이런 좋은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편견 없이 몽골이란 나라를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인권회관 석원정 부소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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