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중앙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과 가진 3시간의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편들면 선명성이 떨어져 별 재미가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우호적인 언론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 여우가 두루미 손님을 모셔놓고 하는 것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갈등이나 감정적 앙금이 없지 않겠지만 이제 그 문제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고 화해의 손짓을 했다. 그는 “군사령관과 제사장이 권력을 나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언론은 과거 제사장 수준의 역량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언론과 새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간담회장이 국무회의실로 쓰이는 청와대 본관 세종실임을 고려, “오늘 하루 국무위원이라고 생각하고 기탄없이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편집국장들은 오전 10시30부터 간담회를 갖고 12시20분부터 1시간20분 동안 오찬을 했다. 오찬 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노 대통령은 “(김 전 회장측과) 물밑 접촉은 없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연민의 정을 갖고 있고 내가 후보 때 그런 표시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서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 커다란 역풍을 만나서 난파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하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감상에 젖은 일은 있다”면서 “하지만 그건(사법조치)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북한, 세계에서 자기 주장이 가장 강한 미국 사이에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비관적으로 생각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현금 주고 어음을 받은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북한 수준을 좀 인정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초청된 언론사 가운데 조선ㆍ동아일보 편집국장은 불참했다. 두 언론사측은 “청와대측이 일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에 참석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대통령이 언론인과 대화를 갖자는 자리에 굳이 불참할 명분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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