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사립고 교장이 학교 시험지와 정답지를 빼내 학부모에게 건네주는 내신성적 조작사건이 또다시 적발됐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 오해균 부장검사는 7일 중간ㆍ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린 강동구 D고 전 교장 김모(60)씨와 김씨에게 이를 건네 받은 학부모 이모(46ㆍ여)씨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또 시험지와 답안지를 복사해 김씨에게 건넨 등사실 직원 전모(57)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교장 김씨는 지난해 6월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해 4월 1학기 중간고사까지 4차례에 걸쳐 전 과목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내 이씨에게 전달한 혐의다. 이로 인해 이씨의 아들 김모(17)군은 당초 학급 석차가 40등 정도였으나 시험지와 답안지를 넘겨 받은 이후 학급에서 3등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4월 중간고사 2학년 사회과목 주관식 서술형 문제에서 김군이 쓴 답이 담당 교사가 답안지에 미리 적어놓은 정답과 일치해 이에 의문을 품은 교사가 내부 고발하면서 김 전 교장의 비리가 드러나게 됐다.
학교 측은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으며, 교육청은 10여일 간 감사를 벌여 김씨가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김씨에게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으나 금품수수 여부는 김씨가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조사결과 김씨는 정년까지 연장해주며 평소 친하게 지내온 등사실 직원 전씨를 통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별도로 복사해 넘겨받은 뒤 학교 근처로 이씨를 불러내 이를 건네 주는 수법을 썼으며, 시험지 유출 외에도 지난 5월 김군이 경찰청장이 주는 봉사활동상을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모(44)씨 등 교사 세명이 다른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해 온 사실도 추가로 적발하고 이들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교습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김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5월 사직서를 제출했고 김군은 김씨가 사임하자 경기 지역 고교로 전학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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