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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한마디에 與정책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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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한마디에 與정책 오락가락

입력
200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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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열린우리당의 주요 정책방향이 좌우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개폐, 출자총액제한제 문제 등에서 나타났던 ‘청창당수’(靑唱黨隨ㆍ청와대가 주장하면 당이 따름) 흐름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당정분리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대통령 한 마디에 여당이 줄을 맞춰서는’ 형국인 셈이다.

최근 이런 사례는 많다. 우선 분양원가공개 문제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당ㆍ정ㆍ청 11인 회의에서 “한나라당에서도 원가공개를 거론하는데 논의 못할 게 뭐 있냐”고 언급하자, 우리당은 7일 “당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호응했다. 지난해에는 이와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당은 총선 공약인 원가공개를 적극 추진하려 했으나 지난해 6월 노 대통령이 “장사원리에 맞지 않다”고 언급하자 태도를 바꿨다. 원가 전면공개를 추진하던 흐름은 주춤했고, 결국 정기국회에서 공공택지의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해 일부 비용항목만 공개하는 선에서 멈췄다. 대통령의 말에 따라 여당이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는 꼴이다.

당정분리 재검토 논란도 마찬가지다.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의 위기극복 방안으로 당정분리를 재검토, 소통을 원활히 하자는 요구가 당내에서 쏟아졌지만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는 시대적 요구”라고 한마디하자 분분한 의견이 쑥 들어가버렸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이 “서울대 논술고사는 가장 나빴던 뉴스”라고 발언하자, 당은 곧바로 “서울대와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나섰다.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당은 연정 공론화를 위해 야당에 토론을 제의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많았다. 지난해 9월 당내에서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이 한창일 때 노 대통령의 ‘박물관’ 발언으로 당내 개정론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폐지론자들은 목청을 높였다.

또 당시 당 규제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적극 검토되던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문제 역시 “출총제 때문에 기업투자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해 버렸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통령이 말하면 무작정 따라가는 인상을 주는 것은 민심을 잃는 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 말씀에 대해 경청하고 주목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했으니 그대로 가자고 해서는 안될 것이고 당에서 필터링을 거쳐서 옳다고 판단되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한 뒤에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만약 협의과정이 충분치 않았다면 정책 방향이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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