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당시 미군 관계자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두고 “일본 전자기술 덕을 많이 봤다”고 한마디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첨단무기도 일본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떠드는 일본 사람들이 있다.
전역미사일방어(TMD) 공동연구에서 일본이 추적시스템과 요격용 탄두 소재 연구를 맡은 것도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미국 단독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지만, 정치적 고려에서 일본의 참여가 빛날 만한 분야를 떼어주었거나,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일본이 맡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미일 양국의 기술격차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우주개발 분야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은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활용, 대량의 폭탄을 실어 나를 유인 로켓 개발에 매달렸다. 독일을 빼고는 가장 앞선 기술이었다. 그러나 패전과 함께 일본의 우주개발은 금지됐고, 1952년에야 금제가 풀렸다. 7년의 공백은 컸다.
구 소련은 57년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고, 미국은 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일본은 80년대 후반 지구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었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호에서 발사된 충돌체가 혜성 ‘템펠 1호’를 때렸다.
시속 3만7,000㎞로 날아간 충돌체가 28㎢ 면적의 ‘템펠 1호’를 맞춘 기술은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추는 데 비유할 정도라니 입이 벌어진다. 실험은 혜성의 성분과 구조, 원시 태양계 생성물질, 생명의 기원 등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처럼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막기 위한 혜성 궤도 틀기와는 무관하다. 다만 정말 그런 걱정을 한 사람이 있더라도 혜성 타격 능력이 실증된 만큼 안심해도 될 듯하다.
■딥 임팩트’실험을 두고 배아줄기세포로 과학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국내에서도 환호가 폭발했다. 국민의 관심이 세포에서 우주에까지 미치게 된 것은 여간 반갑지 않다. 그러나 독자적 ‘우주개발’ 투자 주장에는 고개를 젓게 된다. 3억3,300만 달러를 들인 ‘우주쇼’는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춘 ‘축하쇼’이기도 했다.
초강대국의 이런 선택은 함부로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 우주개발 기술의 격차는 쉽게 메울 수 없다. 그런 돈이라면 차라리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연구자를 세계적 연구기관에 보내, 기술의 전제인 기초과학을 다지는 데 써야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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