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일에도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대통령 권력의 절반 이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국민서신을 내놓았다.
최근 열흘 사이에 네 차례 서신을 내놓은 노 대통령은 전날의 정치구조 개편론에 이어 이날 다른 화두를 제시했으나 지역구도 해소의 방법론이 사실상 연정에 토대를 둔다는 점에서 그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같은 맥락이었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들은 비정상의 구조(지역구도) 위에 기득권의 성을 쌓고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면서 진지한 토론을 제의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4월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17대 총선부터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 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달라”면서 “이 같은 제안이 현실화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제의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신에서 2년 전 제안을 상기시키면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여전히 올인할 자세가 돼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연정 방식을 통해 다수파를 형성한 정치연합에 총리와 주요 각료 자리를 넘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선거법 개정을 제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연정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어서 지역주의 해소에 대한 토론은 자연스럽게 연정과 개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는 중ㆍ대 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있다. 하지만 이해가 맞서 있는 여야 정당이 이 같은 제도 도입을 위해 손을 잡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제안이 연정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낳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역주의와 연정, 개헌 문제 등이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틀을 뛰어넘어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은 평소 소신인 국민통합을 위해 지역주의 해소에 대한 공론화를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구도 개편, 지역주의 해소 등 민감한 현안들을 연일 제기하는 배경에는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단기적 목적에다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구상도 깔려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경제 올인에서 정치 올인으로 바뀌었느냐”는 비난에 물러서지 않고 “정치가 잘 돼야 경제도 잘 된다”고 반박한데서도 이런 의지가 읽혀지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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