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이라는 연구 성과가 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란 근육, 뼈, 뇌, 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를 말한다. 인간 배아 줄기 세포가 배양된 것은 불치병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대단히 크다.
이런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유전자 적중 생쥐를 만들어 그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 마우스 유전학이다.
유전자 적중 생쥐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용 동물을 말한다. 이 생쥐는 유전자의 변이와 특정 질병의 증상과의 관련 여부를 규명하는 데 이용된다. 배아간 세포에 특정 유전자가 없는 DNA를 삽입하여 그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뒤, 수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수정란에 이것을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유전자 적중 생쥐를 활용해 각종 신경질환 모델 생쥐, 발암 모델 생쥐, 비만을 비롯한 여러 대사 질환 모델 생쥐를 개발하였다. 유전자 적중생쥐는 15년 간 의학과 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진전시키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유전자 적중 생쥐를 만들고 사육하기 위한 실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30여 종의 유전자 변형 생쥐 1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런 생쥐들을 연구하여 간질, 학습과 기억 현상, 통증 및 수면 등에 관한 많은 연구 논문을 작성, ‘사이언스’ ‘네이처’ 등 외국의 유명 학술지에 발표해 뇌과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유전자 적중 생쥐가 태어날 때부터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아 부작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하는 시간, 원하는 부위에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 생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제조된 유전자 적중생쥐는 인간의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한 마리 당 많게는 1,000만원 정도까지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또한 각종 특허로도 인정을 받아 생명과학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잇다.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로 배아 줄기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황우석 교수의 업적은 탄탄한 기초과학 연구를 뿌리로 삼은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실험용 생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 낸 성과이기도 하다. 실험용 생쥐들아, 고맙다.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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