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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번 만큼은…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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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할거야?” 전화를 건 친구가 대뜸 주말 스케줄을 물었다. 대기업 중간 간부인 그는 대학 졸업후 취직하자마자 결혼해 딸 둘을 낳고 3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땅 보러 같이 안갈래? 지방으로.”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돈도 없으면서 무슨 땅 타령이냐….”

“직장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20년? 30년? 길어봐야 10년 조금 넘을거야. 아이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고, 거기에 노후 생활까지 감안하면 월급 받아 꼬박꼬박 모아도 모자라. 계산 나오잖아. 그런데 얼마 전에 지금 사는 아파트 소개해준 부동산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러더라구.

‘땅은 당신 자식이 덕을 본다는 생각으로 사야 한다’고. 정신이 확 들더라. 그래서 적금 깨서 단 몇 평이라도 땅을 사볼까 해. 정부도 지방을 계속 발전시킨다니까 사놓으면 손해 볼 것 같지는 않고…. 내가 자식들한테 해줄게 뭐 있겠니. 그 땅이 20, 30년 뒤 대박을 터뜨려 주면 ‘고마운 아빠’ 소리는 듣겠지.”

부동산 광풍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범생이’ 친구의 돌연한 부동산 투자 결심. 하지만 엉뚱하게 들리지 않았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다. 은행 적금만 부여잡고 있으면 앉아서 돈을 까먹는 상황이다. 주식 투자는 부침이 심해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얼마 되지 않은 재산이나마 좀 더 불릴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퍼져있는 와중에 정부는 대형 개발사업을 쏟아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서남해안 개발, 공공기관 이전 등등. 수도 이전 이후 꿈틀대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개발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는 적게는 2, 3배 많게는 8, 9배의 시세 차익을 남긴 사례까지 들린다. 갈 곳 없어 방황하는 400조원대의 시중 부동자금도 계속 입질 중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누구나 한번쯤 10년, 20년 뒤를 보고 부동산을 사두고 싶어할 만한 상황이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온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든 셈이 됐다.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던 친구가 토지 매입에 관심을 갖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파트 시장은 또 어떤가. 서울 강남권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되게 판교 신도시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공급량을 놓고 정부는 줄인다, 안줄인다로 오락가락 했다.

그 사이 시장에서는 중대형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 판교 신도시의 예상 분양가가 나오자 인근 용인, 죽전, 과천, 평촌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우리가 판교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경기 남양주, 파주 신도시 계획이 서둘러 발표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한 초동 단계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우를 범했다.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대증(對症) 요법식 대책을 사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아파트 부녀회의 집값 담합 등 대중의 투기 심리만 자극하고 말았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청와대는 헌법보다 고치기 힘든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한다. 수없이 강조됐지만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시장 왜곡 행위는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의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8월에 발표될 정부 대책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 되길 기대한다.

황상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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