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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기자 코소보 르포 2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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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기자 코소보 르포 2신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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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에 살고 있는 다수 알바니아인과 소수 세르비아인의 공존 여부는 코소보의 존재기반을 좌우하는 근본 문제다.

1999년 전쟁 전 전체 인구 200여만명의 10%였던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은 전란과 알바니아인의 보복을 피해 고향을 등지면서 지금은 5% 이하로 줄었다.

주도 프리슈티나 서쪽 도시 페야 외곽에 있는 시가(Siga)와 브레스토릭(Brestoric) 마을에는 피란에서 돌아온 세르비아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세르비아인을 보기 힘든 현실에서 두 마을은 세르비아인들도 코소보에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시가 촌장격인 밀로라드 아그비치(75)는 지난해 9월 8대째 대대로 살아온 이곳에 돌아왔다. 집은 완전히 파괴되고 마을도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이 마을에 사는 세르비아인 23가구 50여명은 모두 아그비치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유엔에서 받는 가옥복구 지원금은 한 채 당 2,000~3,000유로.

한국 돈 240만~360만원 가량으로 집 한 채를 새로 짓기는 무리라서 집들이 비바람을 막기도 어려워 보인다. 파괴된 가옥이 여기저기에 방치돼 있고 학교 등 공공시설 복구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해 척박한 풍경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한 달에 45유로씩 지급되는 연금이 생명줄이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베킴 아즈디니 미디어 담당관은 “정착하기 위해 돌아왔다가 마을 형편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세르비아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작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브레스토릭 마을도 사정은 같다. 지난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귀향 프로그램에 따라 고향에 돌아온 다시치 미오드라구(45)는 돌아올 겨울이 걱정이다. 그럭저럭 외벽은 세웠으나 집안 난방설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집 뒤 공터에서는 벌써부터 가축들의 겨울나기 사료를 준비하는 아내의 손길이 바쁘다.

다수 알바니아인도 살기 힘들기는 소수 세르비아인과 다를 게 없다. 전쟁 전 세르비아인들이 알바니아인들에게 가했던 횡포에 대한 보복을 막기 위해 유엔이 소수 세르비아인 보호에 나서 알바니아인들은 심리적 박탈감마저 갖고 있다.

베하르 조지아니(44)는 “우리가 약할 때 세르비아인에게 당했는데, 강해진 지금도 세르비아인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코소보 언론 간 프로그램의 자문역할을 하는 그는 “세르비아인들은 코소보 지방정부, 유엔, 세르비아 본국 등 3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들은 전쟁 전이나 세상이 달라진 전쟁 후나 여전히 알바니아인들 보다 혜택받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소보 자치주의 경제중심지 미트로비차를 동서로 가르는 이바르(Ibar)강은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들 간 뿌리깊은 반목의 상징이다. 강을 중심으로 북쪽은 세르비아인, 남쪽은 알바니아인들로 도시는 양분돼 있다. 알바니아 사람은 누구도 무장경호 없이 북쪽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남쪽으로 오는 세르비아인들도 마찬가지다. 북으로 강을 건너는 유엔 마크를 단 차량도 운전사가 알바니아인이면 다리에서 세르비아인으로 운전사를 바꾸는 것이 상식이다.

알바니아인들은 세르비아인들의 가혹한 차별 때문에 전쟁 전 취업률이 ‘0’이었는데 지금은 30%라며 좋아하고 있다. 실업률 70%를 고마워할 만큼 코소보의 경제는 여전히 바닥이다. 하지만 전쟁까지 부른 두 인종 간 갈등이 어려운 경제사정보다 코소보의 미래에 더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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