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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잡던날 '돌아온 풍운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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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잡던날 '돌아온 풍운아'가 있었다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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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데자부(기시감ㆍ旣視感)라고나 할까. 5일 대구에서 벌어진 기아-삼성 10차전 9회말 상황은 기아팬들이라면 4월12일 광주에서 열린 1차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6-4의 리드를 지키다 8회 솔로포에 이어 마무리 신용운이 9회 볼넷과 고의사구로 맞은 2사 1, 2루에서 김한수에 통렬한 주자 일소 역전 2루타를 허용, 홈팬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던 경기다. 끝도 모를 연패의 늪으로 몰아넣은 사자징크스의 시발이었으며 이 경기후 완전히 게임감각을 잊고 7개 구단의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으니 악몽 중의 악몽이라 할만하다.

사실 10차전 9회말 상황은 그날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7-3의 압도적 리드를 지키던 9회말 볼넷 두개로 만들어진 1사 1, 3루. 강동우와 조동찬의 중전적시타로 2점을 빼앗기면서 2사 1, 2루를 만들더니 결국 폭투가 이어져 안타 하나면 동점상황. 결국 고의 사구로 2사 만루를 만들기까지 9회에만 윤석민, 신용운, 박정태 등 믿을만한 마무리급 투수들이 총동원된 상황이었으니 기아 벤치는 물론이고 팬들 역시 또다시 역전패 징크스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아에는 ‘돌아온 풍운아’ 최향남이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5년의 관록과 담력, 그리고 140km대 중반을 넘나드는 구력이 여전히 녹슬지 않아 공 5개로 ‘꾀돌이’ 김재걸을 깨끗하게 삼진으로 처리, 그간에 쌓였던 기아팬들의 체증을 말끔히 해소했다. 2000년 5월10일 현대전이후 무려 5년 1개월25일만의 세이브기록. 본인으로서는 방황을 마감하고 산뜻한 새출발의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아가 하절기 대공세를 펴기 위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유남호 기아감독은 최향남을 선발 기용할 뜻을 밝힌 상태지만 ‘10세이브’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날의 인상적인 투구로 불안한 뒷문을 단속할 새로운 ‘호랑이 수호신’으로 앉혔으면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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