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버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실명제 논의가 재연되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네티즌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실명제 논의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실명제의 개념과 범위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실명으로 회원 가입을 하자는 것인지, 게시판에 실명을 쓰자는 것인지. 익명을 쓰더라도 추적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자는 것인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는 이미 회원 가입시 실명을 이용하고 있으며, 게시판의 특성별로 실명과 아이디를 자연스럽게 혼용하고 있다. 또한 법적 분쟁 발생시 ID와 인터넷주소(IP) 추적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실명제 문제의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게시판에서 실명 이용을 의무화할 것이냐”의 논의로 압축시켜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시판 이용에는 반드시 실명을 써야 한다는 전면 실명제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실명과 익명이 병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며, 간편하고 효율적인 구제장치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실명 기반이되, 실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분쟁이 발생하면 추적이 가능한 게시판의 사용과 익명이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게시판 등이 자연스럽게 병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과 이용자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몇회 이상 악성 댓글(리플)을 다는 경우 네티즌의 피드백에 따라 금지 또는 삭제시키거나, 임시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자율 정화 장치가 확산돼야 한다.
법적인 강제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해 봤으니 또다시 구태를 재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굳이 표현의 자유를 운운치 않더라도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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