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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4표차 대역전극… 넋잃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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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4표차 대역전극… 넋잃은 파리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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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역사상 가장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졌던 2012년 하계올림픽은 64년 만에 다시 런던에서 열리게 됐다. 1908년과 1948년 대회의 개최도시 런던은 이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3번 주최하는 도시가 됐다.

역시 두 차례 올림픽을 개최했던 파리는 런던의 막판 뒤집기에 눈물을 삼켰다. 파리는 도박사마저 압도적 우위를 점치고 있었고, 이번으로 3번째 연달아 유치경쟁에서 좌절한 것이어서 더욱 실망이 컸다.

영국으로서는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빌뇌브 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스페인 연합 함대를 무찌른 지 정확히 200년 되는 해에 거둔 쾌거였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넬슨 제독의 동상 앞에 모여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를 합창했다.

이번의 승리 과정도 트라팔가 해전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넬슨 제독은 당시 천하무적이라 불리던 프랑스ㆍ스페인 함대를 상대로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도 승전보를 울렸다. 이번 유치전 역시 대역전극이었다.

스페인은 200년 전 연합했던 프랑스 대신 이번에 영국을 도와주었다. 분석가들은 3차투표에서 탈락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지지표가 런던을 민 게 결정적인 승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치전은 선진 5개국이 맞붙으면서 근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치열한 별들의 전쟁이라 불린데다 유럽연합(EU) 헌법과 예산안 처리를 놓고 프랑스와 날카로운 감정 싸움까지 벌여오던 터라 감격이 몇 배 이상일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이후 인기도 추락으로 곤혹스러웠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런던 시민들은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며 200년 전 선조들이 누렸던 승리의 기쁨을 고스란히 만끽했다.

최종 4차 투표에서 4표차로 역전을 당한 파리는 넋을 잃고 말았다. 지금껏 선두를 달리던 후보 도시가 최종 승자가 된 적이 별로 없다는 ‘올림픽 징크스’가 야속할 뿐이었다.

영국이 막판 흠집 내기에도 여론 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징크스는 끝났다”고 자신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이로써 2008년 개최지를 중국 베이징(北京)에 내주면서 눈물을 삼켰던 악몽을 꾸게 된 셈.

나머지 세 도시 역시 런던의 승리를 축하하는 조연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이 날 무기명 전자 투표에서 IOC 사전 평가와 여론 조사에서 꼴찌였던 러시아 모스크바가 1차 투표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2차, 3차 투표 역시 3, 4위를 다투던 미국 뉴욕과 스페인 마드리드가 차례로 고배를 마셨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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