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합의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검찰, 경찰의 조사실 풍경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개정안은 조서가 증거로 쓰이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먼저 수사기관은 피의자나 참고인이 몇일 몇시에 조사실에 들어와 얼마동안 조사를 받았는지를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말해 “알겠다”는 대답을 들은 후에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피의자가 원할 때는 늘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해야 하며 조사가 끝난 뒤 조서를 보여주고 “내 말과 다르게 기재됐다”는 부분은 수정해 원본과 함께 보관해야 한다. 조사과정 녹화는 피의자나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하더라도 봉인 등을 해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조서를 증거로 쓰지 않고 싶다”고 할 경우, 이 같은 절차를 모두 지킨 것이 인정돼야 비로소 판사가 이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
검찰이 조서를 대신할 수단으로 야심차게 추진중인 영상녹화제는 피의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아예 찍지 못하도록 한데다 법정에 제시할 수 있는 요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증거로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형사재판에서 증거채택을 둘러싼 검사와 피고인의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검찰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하지만 조서를 증거로 쓰기 위해 여러 엄격한 규정을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초안에 비해) 검찰에 결코 유리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합의안에 대해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는 여지가 남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 앞으로 수사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검사는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이라는) 명분을 건지고 실리는 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법원과 검찰 등 실제 법을 집행하는 전문가 집단이 합의한 만큼 이번 개정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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