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볼썽 사나운 입씨름에 대해 5일 노무현 대통령이 ‘옐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측의 갈등이 생산적 논쟁의 범주를 넘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듯하다.
두 기관은 그 동안 ‘흙탕물 싸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왔다. 양측은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문위 역시 양측으로 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5개월 만에 막을 내리자 물밑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월초에는 강원 강릉경찰서의 간부가 “검찰이 형집행장을 남발해 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며칠 뒤에는 충남경찰청이 검찰에 파견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원대복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수 십년 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에는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성 비난이 난무했다. 양 기관의 ‘머릿수’를 반영하듯 경찰의 검찰 공격이 주를 이뤘다. ‘독도는 우리땅’의 가사를 바꿔 검찰을 비난하는 노래가 유포되는가 하면, 상대방의 엉터리 수사나 비리를 고자질하는 음해성 루머가 빗발쳤다.
6월초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검경 총수가 만났으나 수사권 조정은 입에도 올리지 않은 채 폭탄주만 마시고 헤어졌다.
갈등은 두 기관의 통상적인 업무에까지 번졌다. 검찰이 경찰 영장을 기각하면 양측은 “경찰 죽이기다” “합리적 결정이다”라며 맞섰다. 6월초 서울 서초경찰서의 주가조작 피의자 7명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부터 최근 아동학대 논란을 빚은 수경사 예비여승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 기각까지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주말에는 검찰총장이 “검찰이 가진 건 수사권 밖에 없다”고 하자 경찰청장이 “우린 묵비권 밖에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감정싸움’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날 대통령 지시를 전해들은 검찰 간부는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비쳐서 양측 다 얻을 게 없다”며 “차분히 내부 논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우려를 나타낸 것 아니겠느냐”며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 만큼 건전하고 성숙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수사권 조정 논의를 그만두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물밑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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