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2일 전국에 호우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쳐 또다시 구설수에 오른 데 대해 총리실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항변의 골자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첫날의 휴일인데다 총리가 즉각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잡힌 약속이었던 데다, 호우경보 등 기상특보도 이날 오전 11시30분 이후 모두 해제됐다는 해명도 있었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골프를 색안경 쓰고 보는 것 아니냐”는 등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총리에게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억울한 심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총리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나온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이 총리가 야인이라면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총리는 국민을 생각해 때로 하고 싶은 일도 자제하고 말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 프로골퍼 송보배와 골프를 친 점도 마찬가지다. 이 총리가 그의 부친과 4년여 전부터 돈독한 친분을 맺어 제주도에 가면 송 선수와 자주 라운딩을 했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골프 치는 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골퍼에게 용돈을 주면서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왠지 ‘그들끼리’라는 특권층 문화의 일단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들의 판단 하나가 국민 전체의 삶을 좌우할 수 있다는 그 직위의 무게감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한 처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총리는 강직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지 않은가. ‘골프 애호가 이해찬’ 보다는 ‘국민의 표상이었던 곧은 이해찬’으로 기록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송용창 정치부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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