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ㆍ판교발 집값 급등에 이어 강북발 폭등도 오나.’
강남ㆍ분당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강북 뉴타운 촉진 대책이 되레 강북 집값을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하면서 제2의 부동산 폭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 집값 폭등이 수요자들과 투기ㆍ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최근의 강북 폭등세는 정부와 서울시가 합작해 만들어낸 ‘인재’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동향
6일 업계에 따르면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보광ㆍ한남동 일대 재개발 지분값은 평당 평균 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10평 이하 소형 지분은 최고 3,500만원을 넘어섰다.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전환한 빌라 매물도 평당 2,000만원은 줘야 한다. 보광동 K공인 관계자는 “올 초만 하더라도 평당 2,000만원이면 지분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웃돈을 준다 해도 팔겠다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한강변 쪽이 30층으로 개발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일부 지분은 열흘 새 평당 1,000만원이 올라 3,5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2003년 말 이후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전환된 지분은 전용 18평 이상 주택을 배정 받을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됐는데도 평당 2,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꼽히는 뚝섬 일대 폭등세도 눈에 띈다. 특히 뚝섬 상업용지가 평당 평균 6,800만원에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팔린 이후 주변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뚝섬 상업지와 인접한 성수동 일대 재개발 예정지역의 상당수 지분가는 평당 2,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일부 10평 이하 소형 지분은 평당 2,500만원을 넘어섰다. 뚝섬 주변 기존 아파트도 가격이 한달 새 10~30%씩 올랐다. 인근 K아파트 33평형은 뚝섬 상업지 매각 후 4억5,000만원에서 6억원까지 시세가 급등했다.
성수동 L공인 관계자는 “최근 매수 문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지분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성수동 일대 기존 아파트는 적지 않게 거래 되지만 뚝섬숲 인근 재개발 구역 내 빌라나 다세대 주택 등은 매물이 사라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뚝섬과 다소 떨어진 성수동 빌라와 다세대 시세도 최근 1,500만원 선까지 지분가가 올랐다.
마포구 아현 뉴타운 지역도 호가가 크게 올라 지난달 평당 1,300만원 수준이던 지분 값이 평당 1,500만원을 넘어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오히려 강북의 집값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며 “시장원리를 무시한 무리한 대책과 무분별한 개발 논리가 서울 전역을 부동산 투기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조건
지나친 개발 기대감이 더해져 평당 2,000만~3,000만원이 넘는 재개발 지분 투자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지분 가격이 이미 주변 시세를 훨씬 웃도는 시세여서 향후 조합원 추가 분담금까지 낼 경우 일반 분양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들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한 지분인 경우 섣불리 매입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의 규제로 조합원 물량 배정 시 전용 18평을 넘는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없는 만큼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나중에 피해를 보지 않는다.
특정 자치구가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이라도 반드시 지구지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소문만 믿고 투자했다가 유동성만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뚝섬 개발사업자 세무조사
‘아파트값 폭등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5일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뚝섬 상업용지는 매각 예정가의 2배 이상이라는 상식 밖의 고가 낙찰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곳이다.
총 1만6,540평 용지 중 1구역 5,292평은 인피니테크 대표 노영미씨가 2,998억원(평당 5,665만원)에 낙찰 받았고, 3구역 5,507평은 대림산업이 3,824억원(평당 6,943만원)에, 4구역 5,742평은 P&D홀딩스가 4,440억원(평당 7,732만원)에 각각 낙찰 받았다. 특히 4구역은 낙찰자와 차점자간 입찰가 차이가 1,000억원 이상이어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고가 낙찰”이라는 평가가 무성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 지역 분양원가가 사상 최대인 평당 3,000만~4,000만원에 달해 인근 강북지역 아파트값의 동반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했다.
결국 이번 세무조사는 ‘뚝섬발 강북 부동산값 폭등’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분양가 급등 현상도 잠재우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무조사의 초점은 낙찰자금 조달 과정에서 개발사업자들의 비자금과 비제도권의 불투명한 자금이 유입됐는지 여부에 맞춰질 것”이라며 “낙찰 결과가 뒤집힌다 해도 공영개발로의 선회 등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투기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이봉화 재무국장은 정식으로 공매에 참여한 업체에 대해서까지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지나친 공권력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 만큼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서 사업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오른 가격이 반영됐을 뿐, 매각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 인근 아파트값을 올려 놓았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 뚝섬용지 낙찰받은 노영미씨 누구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뚝섬 상업용지를 고가에 낙찰 받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개발사업자 가운데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ㆍ복지ㆍ문화 및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1구역(5,300평)을 평당 5,665억원에 낙찰 받은 사업자는 노영미(42)씨. 두 달 안에 잔금 등 땅값 2,998억원을 치러야 하는 노 씨는 부동산 시행사인 ‘인피니테크’의 대표이사다.
직원이 10명 미만인 소규모 회사로 실질적인 경영은 남편 박인수(45)씨가 맡고 있다. 이 회사 회장으로 돼 있는 박 씨는 외환위기 전 서울 강남에서 소규모 빌라 사업을 하며 회사를 일군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영등포구 문래동의 벽산 메가트리움 오피스텔을 ‘네오테크하우징’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으로 분양해 건설업계에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지금의 인피니테크로 명의를 바꿔 문래동에 SK리더스뷰 오피스텔과 판매시설(룩스)을 분양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문래동의 방림방적 공장부지를 싸게 매입한 뒤 잇달아 분양 사업이 성공해 부동산 시행사로서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피니테크는 이 외에도 제주도 중문단지 내 가족호텔과 콘도, 대전에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피니테크 관계자는 “70평형대 안팎의 대형 아파트 150여 가구를 평당 3,500만원 가량에 분양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입찰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분양가를 더 낮추기 위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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