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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싸워야 키큰다, 경찰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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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싸워야 키큰다, 경찰 이겨라

입력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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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하나 내겠다.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문건은 어떤 문건이겠느냐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경찰은 식민지 수탈의 도구로 조선민중의 공포의 대상이었고 해방 후 경찰은 이 같은 식민경찰 종사자로 다시 채워졌으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 경찰은 군, 정보기관과 함께 체제수호라는 이름아래 인권침해를 일삼아 파쇼화의 위험이 상존했다.

’ 당연히 대한민국의 역사에 부정적인 좌파 민중사관의 팸플릿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위의 주장은 얼마 전 검찰, 오해가 있을까 봐 명확히 하자면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이 다른 것도 아니고 국회에 제출한 공식문건을 통해 주장한 것이다.

얼마 전 같았으면 문건작성자를 적을 이롭게 하는 정을 알면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하했다며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했을 검찰이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섬뜩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경찰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다.역시 밥그릇이 이념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검경 상호견제 국민에 이익

어쨌든 검찰의 주장이 전해지자 경찰도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권위주의 시절 체제유지에 공헌한 대가로 차관급만 4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비대화하고 특혜를 받아왔다고 반격했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이라는 밥그릇을 놓고 과거사 논쟁을 벌이자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 이들의 논쟁은 언론의 비판과는 다른 시각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은 이들이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중 잣대이다. 예를 들어, 과거 인권침해를 일삼았던 것이 어찌 경찰, 군, 정보기관 뿐이고 검찰은 아니란 말인가? 한마디로,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욕하는 격’이다.

게다가 유독 검찰만은 다른 공안기관과 달리 자체적인 과거사 진상규명과 반성작업을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논쟁을 일부 언론처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미국 정치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연방주의 교서는 건국당시 북부의 연방주의자들이 쓴 책으로 엘리트주의적이어서 문제가 많지만 경청할 부분도 적지 않다.

그 중 핵심적인 것이 이 세상에 선한 권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권력은 견제하지 않으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악한 권력을 선한 권력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을 다른 탐욕으로 견제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같은 생각은 삼권분립론으로 구체화하는데 맞는 말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우리의 문제에 적용시켜 보면 문제는 검찰과 경찰 중 누가 더 선한가, 따라서 검찰권력을 경찰권력으로 대체하느냐, 아니면 경찰권력을 검찰권력으로 대체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답은 검찰의 탐욕을 경찰의 탐욕으로, 경찰의 탐욕을 검찰의 탐욕으로 견제하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논쟁은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 이번 논쟁으로 한국현대사를 잘 모르는 국민들도 경찰과 검찰이 얼마나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경찰과 검찰이라는 권력기관 자신들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이들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 과거반성 시늉도 안해

다시 말해, 검찰과 경찰의 싸움으로 국민들이 어부지리를 누리고 있다. 어렸을 때 아이들끼리 싸우면 옆에서 오히려 “싸워야 키 큰다”며 싸움을 부추기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했을 것이다.

이 말대로 검찰과 경찰의 싸움에 대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싸워야 키 큰다.” 다만 경찰은 그래도 과거사 반성의 시늉이라도 내고 있다면 검찰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싸움에서 개인적으로 경찰을 응원해주고 싶다. “경찰, 이겨라. 경찰 이겨라.”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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