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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수파, 부시에 압력/ "새 대법관 위장보수에 속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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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수파, 부시에 압력/ "새 대법관 위장보수에 속지 말라"

입력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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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데이비드 수터는 노(No).’은퇴를 선언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을 물색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훈수를 한다면 가장 앞세우는 싶은 기준은 수터 대법관 같은 인물을 고르지 않는 것이 될지 모른다.

아버지 부시는 1990년 뉴 햄프셔 주 대법원 판사를 역임한 수터를 보수파로 판단해 대법관에 지명했다. 그러나 수터 대법관은 철저한 진보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지명권자와 보수 세력을 크게 실망시켰다.

미국 역사에서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의 의중과는 엇갈린 판결 성향을 보인 대법관의 경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1902년 트러스트 해체 기치를 내건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여긴 올리버 웬덜 홈즈를 대법관에 지명했지만 홈즈 대법관은 20개월 뒤 루즈벨트의 뜻과는 달리 북부증권회사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대통령도 1954년 얼 워렌 대법원장이 공립학교 흑백 차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여러 민권 사건에서 자신을 불편하게 하자 “워렌을 대법원장에 지명한 게 내가 한 최악의 실수였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현 앤터니 케네디 대법관과 오코너 대법관도 공화당 정부 때 지명을 받았지만 주요 사회 현안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전례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오코너의 후임으로 확실한 보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보수적인 견해와 입장을 실제 판결에서 철저히 반영해온 인물을 골라 차후의 변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의 대법관 지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가 낙태 등 문제에서 보수적 입장을 확실하게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파의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경우 민주당과 진보 세력의 거센 반발이 뻔해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보수와 진보 이익 단체들은 본격적인 TV와 라디오 홍보전에 대비해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열기로 자금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을 채우는 데 미국 역사상 가장 값비싼 인준전이 치러질 수 있다”며 양측 이익단체가 1억 달러 이상을 광고전에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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