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우리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이 프랑스측에 도서 반환을 미루는 구실을 줄 가능성이 있어 세밀한 협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5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중인 외규장각 도서 297권 전체를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프랑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은 국내 학자들과 국민이 외규장각 도서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프랑스측이 이 요청을 수용하면 한국 전문가들이 프랑스에서 날아가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로 도서를 촬영한 후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컬러 영인본을 제작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97권 중 국내에 필사본이 없는 유일본 30권을 우선 촬영한 뒤 그 후에 나머지 도서도 촬영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 노력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가 디지털화 작업에 성의를 보이는 대신 반환 협상에서 버티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이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1991년 국내 학자들이 도서 반환을 요구함으로써 시작된 반환 협상은 93년 프랑스 TGV가 국내 고속철도 사업을 따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프랑스측은 도서반환 의사를 흘리는 한편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중 하나인 ‘휘경원 원소도감의궤’ 1권을 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고속철도 사업이 확정되자 프랑스측은 태도를 바꿔 도서 반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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