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스 뮤지컬은 벽안의 연출가 독무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동중인 외국인 연출가들이 잇달아 국내 라이센스 뮤지컬 연출에 나섰다. 30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돈키호테’(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데이빗 스완이 무대를 꾸민다.
스완은 브로드웨이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을 연출한 실력파. 지난해 말 ‘조승우 신드롬’을 일으켰던 ‘지킬앤하이드’에 이어 국내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한다.
8월11일부터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무대에 오르는 ‘뱃보이’(제작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샘 비브리토가 연출한다. 비브리토는 브로드웨이에서 ‘아가씨와 건달들’ ‘스위트 채리티’ ‘카바레’ ‘브로드웨이 42번가’ ‘에비타’ 등을 무대에 올린 만만치 않은 이력의 연출가다. 비브리토도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연출작. 2003년 ‘킹앤아이’를 연출했으며 지난해 ‘노틀담의 꼽추’에서는 안무를 담당했다.
외국인 연출가가 국내 스태프들과 뮤지컬 무대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미 2003년 미국의 댄 모지카가 ‘싱잉 인 더 레인’에 연출가로 참여 했으며, 지난해에는 ‘셜리 발렌타인’과 ‘리타 길들이기’로 유명한 영국의 연출가 글렌 월포드가 ‘블러드 브러더스’를, 웨스트엔드 출신 연출가 커비 워드가 ‘크레이지 포 유’를 연출했다.
뮤지컬 제작자들은 외국인 연출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선진 뮤지컬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외국인 연출가는 짧은 연습기간에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며 “한국인이 조연출을 맡아 외국인의 연출기법을 우리 것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도 “뮤지컬산업이 성장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 뮤지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인 연출가가 지나치게 국내 무대를 좌지우지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연출가의 설 자리를 뺏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스태프의 노하우 축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외국인 연출가 영입은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명품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린 타운’ ‘틱,틱…붐!’을 연출한 심재찬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대표는 “외국인 연출로 유명 해외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 연출가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라이센스 작품에도 경쟁적으로 외국인을 영입하는 것은 지나친 상업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순히 외국인이 연출한다 해서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라이센스 작품을 토착화 시키려는 노력이 없는 한 외국인 연출가 영입은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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