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때의 실수로 죄를 지을 수 있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유치인 인권보호에 앞장선 공으로 5일 1계급 특진한 충북 음성경찰서 수사과 조윤희(50) 경위의 지론이다. 조 경위가 1999년부터 이곳 저곳 수소문하고 호주머니까지 털어가며 꾸민 유치장은 이렇다.
유치인의 건강검진을 위해 혈압계와 혈당계, 체온계를 들여놓았다. 여성 유치인 전용 유치장엔 대소변을 볼 때 부끄럽지 않도록 시냇물 소리가 나는 6만원짜리 ‘에티켓 벨’을 설치하고 여성용품도 비치했다. 그는 “예산도 없는데 죄인을 위해 사서 고생이냐”는 주의의 핀잔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숫자로 표시하던 유치장 방 이름을 수박, 고추, 미백복숭아 등 지역특산물로 바꿨고, 벽에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그림을 그렸다. 유치인의 자살을 막기 위해 철창 안쪽에 투명 강화아크릴판을 댔다. 천장엔 샹들리에 전등을 달아 아늑함을 더했다.
발품을 팔아 1,000여권의 책을 기증 받는가 하면 유치인 가족에겐 일일이 면회절차, 전화번호, 관내 지도 등이 적힌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음성경찰서 유치장을 견학한 경찰청 수사과는 조 경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전국의 모든 경찰서 유치장에 ‘에티켓 벨’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이날 창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경찰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부채꼴인 유치장 구조를 일자형으로 개선해야 한다” “유치인의 급식, 처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등의 논의 내용을 ‘유치장 설계 표준규칙’에 반영하고 신체수색 등 경찰의 강제권 행사 근거를 법률에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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