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할머니와 나

예전에 시골에 처음 전화가 들어왔을 때, 할머니는 전화를 받으실 줄 몰랐다. 손자들이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그때 뿐, 할머니가 전화를 받는 법은 없었다. 하기야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전화는 있어도 할머니와 통화를 하기 위해 걸려 오는 전화도 없었다.

우리도 밖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무도 받지 않으면 으레 할머니만 계시고 아무도 없구나, 생각했다. 우리는 할머니가 왜 전화를 받을 줄 모르는 것일까, 그게 늘 이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기계에 대한 두려움, 뭐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할머니는 할머니 손으로 텔레비전도 켜지 않았다.

그 얘기를 했더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자기 눈으로 보면 아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왜?” “아빠도 문자 보낼 줄 모르잖아요.” “그거야 아빠는 굳이 문자를 보낼 일이 없으니 그렇지. 궁금하면 바로 전화를 걸면 되고.” “그건 아빠가 문자를 보낼 줄 몰라서 그렇지 문자 보내는 법을 알게 되면 전화를 걸 일과 문자를 보낼 일의 구분이 생겨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다. 문자를 보내는 법을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설가 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