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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스웨덴 탐험가 레나타 슐룸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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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스웨덴 탐험가 레나타 슐룸스카

입력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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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할 마음이 사라지는 것. 그것이 제 인생에 있어 최악의 상황입니다. 실패한 인생이나 다름없지요.”

스웨덴 탐험가 레나타 슐룸스카(31)씨가 4일 미국 서부 시애틀의 유니온강에 카약을 띄웠다. 미국 일주라는 1만8,000km의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카약과 자전거만으로 하는 이 탐험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샌디에이고까지 서부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가 멕시코 국경 근처부터 리오그란데 강 입구까지 자전거로 주파한다. 이후 동부 해안을 따라 캐나다 국경과 5대호 연안까지 다시 카약을 저어 북상한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발지인 시애틀까지는 자전거로 돌아올 계획이다. 바다 사정이 정 나쁠 경우에는 인라인 스케이트로 육로를 활용할 계획이다.

바다에서 폭풍우에 카약이 뒤집힐 수도 있고 플로리다의 늪지에서 느닷없이 악어떼를 만날 수도 있다. 한겨울 5대호 부근의 눈밭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루 100리(약 40km)씩 전진해도 480일 정도는 걸릴 텐데 순간순간이 미지(未知)와의 만남이다.

슐룸스카는 1997년 히말라야 시샤팡마(8012m)에 오른 것을 비롯해 네팔과 티베트,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등 크고 작은 등반 기록을 갖고 있는 유명 여성 산악인이다. 이번 ‘미국 일주 탐험(The Around America Adventureㆍwww.renatachlumska.com))’은 원래 약혼자인 요란 크로프와 함께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함께 세우던 크로프가 2002년 암벽등반 도중 추락사하는 바람에 혼자서 가게 됐다.

크로프는 96년 스웨덴에서 네팔까지 1만1,000km를 자전거로 달린 뒤 에베레스트산을 포터 없이 무산소로 등정하고 나서 다시 스웨덴까지 자전거로 되돌아 온 유명한 산악인이자 탐험가였다. 슐룸스카는 그에게 암벽등반을 배우는 제자로서 이 여정에 동참했다가 에베레스트에서 여성 산악인들을 만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처음에는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울퉁불퉁한 여성만 산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들을 보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저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이후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전을 함께 했지만 “요란이 죽은 뒤 3년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를 슬픔의 나락에서 건져올린 것은 슐룸스카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이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 보니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이더군요. 멍하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는 1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포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탐험은 저의 미래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 제가 에베레스트에서 만난 여성 산악인들로부터 받은 감동과 기쁨을 많은 여성과 소녀들도 저를 보면서 똑같이 느꼈으면 합니다. 실패란 단순히 좌절이 아니라 배움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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