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글로벌 경영’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유가 등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시장 개척 등 ‘블루오션’을 찾아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장단은 올 상반기 동안 3일에 하루 꼴인 평균 60일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며 해외 현장 경영을 강행했다.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의 경우 상반기 중 70일 가량을 해외에서 보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이고 대만, 중국, 동남아 등을 오가며 반도체 거래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삼성전자측은 전했다.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도 올 상반기 60일 정도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시장을 누볐다. 이 사장은 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에게 직접 700만 화소 카메라폰을 시연하고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삼성 휴대폰’의 우수성을 입증해 보이는 등 애니콜의 초일류 브랜드 도약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상완 LCD 총괄 사장,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 이현봉 생활가전 총괄 사장 등도 상반기의 30% 가량을 해외에서 머물며 주요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거래선을 확대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 달 중순 베트남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리는 ‘동남아 전략회의’에 대거 참석한다.
‘현장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올 상반기 175일의 근무일수 가운데 72%인 126일을 사업장, 연구소, 해외현장을 방문하며 보냈다.
김 부회장은 월 평균 2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니며 거래선 미팅이나 전략회의, 딜러 면담 등을 통해 ‘글로벌 LG’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출장 중에는 현지 전자제품 유통점, 주요 판매점 등을 반드시 둘러보고 현지 주재원들을 숙소로 불러 새벽 1~2시까지 현지 상황을 듣는다.
노기호 LG화학 사장도 3월 미국 뉴욕에서 연구ㆍ개발(R&D) 인력 채용 설명회를 직접 주관하는 등 해외를 누비며 신규 거래선 확보는 물론 고급 인재 발굴까지 맡아 하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중국과 인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올 상반기에만 모두 8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라 인도제철소 건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신헌철 SK㈜ 사장은 최근 활발한 해외 현장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보조를 맞춰 중국 태국 일본 등지로 6차례 출장을 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도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순회하며 대륙별 회의를 주재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부진 등으로 꽉 막힌 한국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는 해외시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대기업 CEO들의 글로벌 경영이 이젠 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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