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이 알려진 4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누구랄 것도 없이 파문의 확산을 경계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정책공조의 필요성까지 부정하지는 않아 여지를 남겼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사안별로 정책공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정도의 일반적 얘기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도 “대통령의 연정 얘기는 성동격서식 생뚱 정치”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양당에서는 동시에 “국회 운영을 주도하고 우리당의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민노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수적”(우리당 한 원내부대표), “주요 정책이 받아들여지면 긍정 검토할 수도 있을 것”(민노당 노회찬 의원)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사실 지난해 총선 이후 우리당과 민노당은 구체적인 정책과 법안을 놓고 대립과 공조를 반복해왔다. 개원 직후 국회 예결위의 상설화 문제를 시작으로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과 국민연금법 개정 등에 이어 최근의 쌀 협상 국정조사와 비정규직 관련법안에 이르기까지 양당은 치열한 논전과 함께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러면서도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 4대 개혁법안, 2005년 예산안과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보듯 공동보조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 추진된 정책공조가 연정이라는 제도화로 이어질 지 여부다. 물론 대다수 민노당측 인사들은 손사래를 쳤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통한 공조와 일부 인사의 입각이 전제된 연정은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이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우리와 연정이 불가능하다는 건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한 핵심당직자는 “윤 장관 해임건의안이나 방위사업청 신설 문제와 달리 비정규직 법안처럼 정체성이 걸린 사안에서 양당이 대척점에 놓여 있는 만큼 연정은 우리의 구상 밖에 있다”며 “서로의 필요에 따른 정책공조는 대통령의 언급과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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