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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본고사 부활 두고 볼 건가

입력
200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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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6월 27일 2008년부터 적용할 새 입학 전형 기준을 발표했다. 서울대의 발표 이후 이른바 ‘주요’ 대학들은 서울대의 전형 방식과 비슷한 안을 앞 다퉈 내 놓고 있다.

서울대가 발표한 새로운 입학 전형 방안은 수학능력 시험 성적은 지원 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논술고사 비중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교과 성적 반영 비중은 현행대로 유지하며 특수목적고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은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다.

특히 논술고사는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인문과 사회과학, 수리 등 통합 교과 형태로 2, 3개 이상의 영역을 출제하며 영역별 논술 문제는 현재 논술 단일형에서 1,000자, 500자 등 다양한 논술 유형을 도입하고, 영어 지문을 제시하거나 영어 지문에 담긴 주장을 비판하는 형태의 논술도 가능하다고 밝혀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선언했다.

본고사 부활은 심각한 사교육 경쟁을 불러일으켜 학생에겐 과도한 학습 노동을, 학부모에겐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과도한 임금노동을 강요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삶을 파탄으로 몰 뿐만 아니라 공교육 전체를 무너뜨리게 된다. 교육이 무너질 경우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교과 성적의 반영 비중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안 또한 고교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유도하여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위배되는 것이다.

‘내신은 학교에서, 수능은 학원에서’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수능 중심의 기존 대입 제도는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내신’ 강화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교과 성적의 반영 비중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논술을 강화하겠다는 서울대의 입학 전형안은 살인적 경쟁의 축을 수능에서 본고사로 옮겼을 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여 문제를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특목고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방안 또한 ‘특수목적’을 위한 고등학교가 과학, 외국어 등 고유의 목적을 망각한 채 이른바 ‘일류대 인기학과’를 들어가기 위한 통로로 변질되었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실질적으로 우월한 게임 룰을 적용시켜 결과적으로는 고교 등급제와 같은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 입학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의 취지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다. 그러나 서울대와 ‘주요’ 대학이 발표한 대입 전형안은 교육부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3불(不) 정책의 기본을 유지하는 한 대학의 자율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 “고교 등급제가 적용되거나 본고사가 부활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본고사 부활을 앞두고 있고, 고교 등급제 실시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기본 방침에 정면 배치되는 상황이 속속 발생하는데도 대학의 자율권 운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려는 대학의 입학 전형 계획에 대해 즉각 제동을 걸어야 한다. 또한 본고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살인적 입시 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김정헌 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ㆍ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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