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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부해도 좋은 지방자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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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부해도 좋은 지방자치 10년

입력
200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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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 언론, 정부 기관 등에서 민선 지방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를 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일부 언론과 감찰기관의 평가를 보면 지방정부가 마치 비리의 온상이고 무능과 낭비로 점철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시각과 관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질투와 불신의 시각에서 보느냐 신뢰와 희망의 시각을 갖느냐에 따라 적대적이 되기도 하고 우호적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주민 위주의 행정을 전자는 선심 행정이라고 비난하고 후자는 위민 행정이라고 칭찬한다.

민선 지방정부 10년의 어두운 면이 언론에 의하여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실패한 경우도 있으며, 적지 않은 단체장이 부패 문제로 구속되기도 했다. 지방의원들이 의장단 구성을 둘러싸고 다투느라 의회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의원의 자질이 높지 못하고 외유성 해외 연수가 문제되기도 하였다.

주민 복리증진 성공적 평가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지방자치를 폄하하는 것은 쇠뿔을 자르기 위해 소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6.4%가 민선 지방정부 10년이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였다고 응답했다. 기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를 도입할 당시에 반(反)자치론자들은 지방자치가 국론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실시를 반대하였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비상한 정국에서도 쓰레기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상하수도도 막히지 않았으며, 교통 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평온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생활 문제를 잘 챙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지방자치가 국정 불안에도 불구하고 주민 생활의 안정을 유지할 정도로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선 지방정부가 구성되면서 하천이 정화되고 산책로 등 생활편익시설이 설치되는 등 생활 환경이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의 실험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주민들도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하여 공동체 문제를 푸는 데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개혁은 위로부터의 구호에 불과했다면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대한민국은 아래로부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공중 화장실이 개선되고, 각종 정보가 공개되고, 회계가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기관장의 쌈짓돈처럼 사용되어 왔던 판공비조차도 사용 내역이 공개되고 있다. 경험이 축적된 지방 정치인이 중앙 정치에 진출함으로써 지방자치는 정치인을 길러내는 정치학교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지방자치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인정할 만하다. 그 동안 지방정부를 못 미더워 하여 팔다리를 묶어 놓고 있는 족쇄는 풀고, 지방정부 출입 금지 팻말을 붙여 놓은 철조망을 걷어 내는 축제를 벌여도 좋을 만하다.

그런데도 민선 지방정부 10년의 생일상을 벌여 놓고 작은 잘못을 질책하는 목소리만 크게 들리고, 축하와 덕담과 격려의 목소리는 가려지고 있다.

전 세계가 국가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지방 분권을 새로운 정치질서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민국에선 10년의 성공 체험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의 상실을 우려하는 반분권, 반자치 세력의 저항에 의해 희망의 새로운 정치질서가 위축될 위기에 있다.

작은 잘못으로 자치훼손 안돼

새로운 정치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지방분권특별법상의 개혁 과제들이 완강한 중앙집권론자들의 전체주의적인 논리에 밀려 한걸음도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편견과 질투를 넘어 전국 어디서나 펼쳐지고 있는 풀뿌리 정부의 생활 개선 사업에 힘을 보태고 격려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은 아래로부터 자라고 있다.

이기우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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