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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동산 대책, 정답은 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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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동산 대책, 정답은 여럿

입력
200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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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박완서님이 최근에 낸 소설 ‘그 남자네 집’을 보면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공감하고 멋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무능을 탓하기도 하고, 뾰족한 대책 즉 정답이 없다는 듯이 비관론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인생살이에 항상 만점짜리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은 인생을 아름답고 다양하게 하는 것이지만, 집과 땅의 가격이 폭등하는 사회ㆍ경제 문제에 대해 정답이 없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정답은 A인데 아마추어 정부가 B를 택하여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고도 주장한다. A는 공급이요, B는 투기 억제이다. 국세청은 최근 2000년 이후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취득자 10명 중 6명꼴로 3주택 이상 보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정부 투기억제 방향은 옳아

이들이 탈세, 불법 증여, 임대소득 탈루, 편법 대출 등으로 매입한 아파트를 파악하는 반(反)투기 대책은 그런 아파트를 시장에 내놓도록 중과세를 한다든가 하면 가장 신속하며 대규모 공급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부동산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언론이 최근 수 개 월간 정부를 질타한 것과는 달리 공급 정책에는 신도시 건설이나 서울 강북 재개발 외에 더 쉬운 정답이 또 하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효과적인 공급 정책을 취하면 경기 판교는 공영개발로 하여야 개발이익이 자동 환수되고, 분양가 폭등도 정지된다.

따라서, 나는 부동산 문제에 정답이 없다는 비관론에도 동의하지 않고, 정답이 하나뿐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답이 있으며, 여러 가지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참여정부는 (1)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2) 투기로 얻은 초과이익은 철저히 환수해 투기적 심리가 사라지도록 하고 (3) 시장이 투기세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언하였다고 한다. 간결하게 핵심을 잘 정리하였다고 평가한다.

이 3원칙에 의해 8월까지 종합 처방이 나온다면 치솟는 부동산 값은 틀림없이 잡힐 것이다.

1987년 이후 노태우 대통령 정부는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개발 이익 환수제, 공시지가제, 주택 200만호 건설 등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완화시킨 점에서는 제일 많이 기여하였다고 판단된다. 참여정부도 1주년 기념 당시에는 부동산 정책을 경제 정책 중 제일 잘한 것으로 대학 교수들이 평가할 정도였다.

부동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ㆍ추진하는 주체를 작년 중반에 왜 교체하였는지 모르겠다. 임기 초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투기세력에 좌우되지 않을 사람과 조직에 계속 맡겼으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특히 경기 부양에 주력하여야 하는 부처에 부동산 안정 업무를 맡기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면 강남, 분당의 아파트 값도 잡고, 전국적인 지가 상승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잘하면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철저히 뽑아낸 정부로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아직은 살아 있다.

그러나 “어떤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답이 다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이 채택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이해관계와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라는 발언은 투기 비호 세력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면 올바른 인식이라고 생각되지만, 일부 오해의 소지는 있다.

집권세력 책임도 간과말길

작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였는데도 연말에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이 연기되고, 개발이익 환수제 재도입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건교위를 포함한 여당 의원에게까지 뿌리 깊은 이해관계가 스며들었단 말인가? 작년 하반기와 금년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이 지연되거나 무산된 사례를 재점검하고 여권 내부를 추스르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30번째 공염불로 끝날지도 모른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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