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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상] 에어컨서 느낀 세대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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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상] 에어컨서 느낀 세대차이

입력
200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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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지간한 건물치고 에어컨 안 달린 곳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교실에 에어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 어렸을 적 생각이 나서다. 중학교 시절 겨울엔 난로에 때울 조개탄을 얻기 위해 아침마다 학급끼리 전쟁이 벌어졌다. 손이 곱아 필기하기 싫어서 공책은 빈 공백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겨울에는 난로든 스팀이든 체온이든 약간의 열기는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름이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한 대 없이, 책받침을 부채 삼아 더위를 견뎌내야 했다. 차로 주변에 있는 교실은 소음 때문에 시끄러워서 문을 닫고 수업했는데, 교실의 온도가 실제로 40도 가까이 오르곤 했다.

고등학교는 남학교였기 때문에 상의 겉옷을 벗고 수업하는 건 비일비재했다. 체육수업 직후엔 머리에 물 뿌리고 수업하기 등 갖가지 묘책이 행해졌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일반 강의실에 에어컨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찜통 같은 대학원 실험실에서 2년 동안 선풍기만 틀고 지냈다.

써놓고 보니 마치 1950년대 같지만, 80년대 중ㆍ후반이니 15~20년 전쯤 얘기이다. 고교 2학년 때 맞은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 나로서는 불과 몇 년 만에 세상이 확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중학교 때 우리 반은 70명, 고등학교 때 60명이었는데, 요즘 한 반 인원은 30명 정도라는 얘기를 들었다.

평소엔 보수적이거나 고루하지 않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새 이렇게 큰 차이가 생겼던 것이다. 내가 부모님 세대의 6ㆍ25 피난 시절 얘기를 들으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흘려 들었던 것처럼, 위의 얘기도 지금 어린 친구들에겐 공허할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세대 간의 의식 차이는 벌어지는 것일까. 경험에서 아로새겨진 의식은 단순히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과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도 하나의 경계가 되지 않을까.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제5공화국’을 역사의 기록으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직접 그 분위기를 몸으로 체험했는지가 가장 큰 차이점이 될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를 추가해 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81년 당시 광화문 세종로에는 대문짝만한 사진이 걸렸다. 마침 어머니와 버스를 타고 가던 나는 “엄마, 대통령이 대머리네”라고 큰소리로 말했고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내 입을 막았다. 그런 시절이었다.

http://kimdh08.egloos.com/10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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