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에서 50년 만에 부활한 매치플레이 대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사상 두번째 최다 우승상금이 걸린 별들의 전쟁. 4일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스골프장에서 열린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은 이런 화려한 수식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무명 선수 간 생존 경쟁의 장으로 치러졌다.
루키 이미나(24)와 투어 6년차의 마리사 바에나(28ㆍ콜롬비아). 47번 시드의 이미나와 60번 시드의 바에나는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LPGA 무대의 아웃사이더들이었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25위)에서 간신히 투어카드를 따낸 뒤 상금랭킹 45위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루키 이미나는 그나마 나은 편.
투어 입문 7년 동안 3번째 치른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에서 37위를 차지하면서 전경기 출전권을 놓친 바에나는 이번 대회에도 월요예선을 통해 겨우 초청장을 받아낸 떠돌이였다. 때문에 두 선수 모두 변변한 스폰서 하나 없는 헝그리골퍼의 설움을 곱씹고 있는 처지.
특히 이미나는 투어 경비를 아끼기 위해 전속 캐디도 두지 못하는 군색한 입장이었다. 아무런 로고도 없는 하얀 색 모자를 쓴 바에나는 물론 평소 즐겨쓰던 모자를 그대로 쓰고 나온 이미나는 서로의 행색을 살피면서 동병상련의 교감을 나눌 법도 했다.
하지만 LPGA 첫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었다. 이번 대회 강호들을 줄줄이 격파하면서 반란의 주역으로 떠오른 두 선수는 하루 아침에 떠오른 ‘깜짝스타’ 만은 아니었다. 청주 상당고 동기동창인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주연(24ㆍKTF)과 국가대표를 지낸 이미나는 2002년 데뷔 첫 해 4관왕을 차지한 실력파. 바에나도 미국 아리조나대학 시절 10개 대회를 석권한 재목이었다.
18번홀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명승부였다. 이미나는 비록 18번홀에서 1홀차로 무릎을 꿇으면서 초대 챔피언의 영광(우승상금 50만 달러)을 바에나에게 내줬지만 내년 투어 풀시드를 담보해 줄 30만 달러의 준우승 상금과 함께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2위로 수직 상승하는 보너스를 챙겼다. 5월 코닝클래식에 이어 두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이미나는 “이번 대회가 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밝은 표정이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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