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의 대지진과 함께 자행된 간토(關東) 조선인 대학살 당시 일본의 경찰 간부가 300명의 조선인을 학살위험에서 지켜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 기록에는 당시 학살의 처참함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요코하마(橫浜)시 쓰루미(鶴見) 지역의 한 의사는 간토 대지진 당시의 상황을 회고록에 기록했고, 여기에는 쓰루미 경찰서 서장 오가와 조키치(大川常吉ㆍ당시 46세)가 마을 자경단과 벌인 협상 과정이 적혀 있다.
자경단측은 “솔선해서 조선인을 단속해 불안을 일소해야 할 경찰이 300명 이상을 보호하는 것은 폭탄을 가슴에 안고 있는 것과 같다”며 경찰에 조선인들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가와 서장은 “조선인들이 만행을 저지른다는 말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하고, “경찰이 이들의 보호를 소홀히 하면 즉시 살해당하고 만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가와 서장은 또 “조선인들은 작은 칼 한 자루도 갖고 있지 않다”며 자경단에게 직접 확인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회고록은 초반부에 “조선인들이 떼지어 약탈을 반복하고, 저항하면 (일본인들을) 학살한다”는 유언비어와 많은 일본 청년들이 조선인들을 폭행하는 장면 등을 기록하고 있다. 회고록은 그러나 “오가와 서장의 설득에 의해 조선인의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고, 이쪽도 공포에 빠진 것은 정말로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오가와 서장이 당시 1,000명도 넘는 자경단에 맞서 목숨을 걸고 조선인들을 지켜냈다고 전하고 있다. 1953년 3월 재일 한국인단체는 이 같은 오가와 서장을 기리며 비석을 세웠다.
그러나 오가와 서장의 행동이 기록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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