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보상을 더 받겠다고 공시지가를 2배로 올려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뉴타운 건설이 한창인 서울 성동구의 한 관계자는 개발이익을 노리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개별공시지가의 상향조정을 요구한 주민을 예로 들며 거세지는 “부동산 광풍”을 우려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개발 이후의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지며 한창 땅값이 치솟고 있는 왕십리뉴타운 예정지인 상왕십리동의 경우 주민들이 “공시지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민원을 쏟아내며 ㎡당 지가를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식의 상식의 선을 넘는 이의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까지 개별공시지가 이의신청을 받아 접수 현황을 파악중인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중화, 왕십리, 은평 등 뉴타운 건설이 진행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재산세 부담 증가 예상에도 불구하고 지가를 상향조정해 달라는 이의신청이 하향 요구를 넘어섰다.
유럽형 주거환경을 갖춘 생태도시라는 뉴타운 건설계획으로 주가가 치솟은 은평 지역도 왕십리 일대와 비슷한 양상이다. 은평구 전체 4만9,900필지 가운데 이의신청이 접수된 건수는 541필지. 이중 지가 인상을 요구한 경우가 295필지에 이르는 반면 인하를 원한 건수는 246필지에 머물렀다. 은평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뉴타운 지역 지주들을 중심으로 시세에 맞게 공시지가를 정해달라는 요청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은 주택이 모여있는 양천구의 경우도 1960~70년대 이후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신정동 일대가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공시지가의 인상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이 늘어나 전체 신청 건수 109건 중 29건을 차지했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길음뉴타운이 있는 성북구에서는 총 7만2,633필지 중 348필지에 대한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며 이중 지가 인상 요구가 129필지로 나타났다.
충남에서는 마찬가지 이유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공주, 연기 지역과 신도시 건설 예정지인 천안, 아산, 당진 등에서 공시지가 상향 요구가 집중됐다. 충남도내 전체의 이의신청 건수는 9,538필지로 지난해 8,222필지보다 16% 늘어났다.
연기군 주민 최모(43)씨는 “같은 용도의 토지인데 필지가 다르다고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돼 4필지의 토지에 대해 공시지가를 올려달라고 신청했다” 며 “앞으로 예정된 행정도시 보상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개발이 예정된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 부동산 과열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편입될 예정인 부산 강서구의 경우 개별공시지가 상향 요구가 전체 이의신청 579필지 가운데 414필지를 차지, 하향 요구 151필지보다 2.5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에 편입되는 강서구 명지동 일대 주민들이 토지 수용 때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집단적으로 상향조정 신청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조적으로 강서구와 사정이 다른 나머지 15개 구ㆍ군은 공시지가 하향조정 요구가 상향 요청의 2~3배에 달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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