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자 값이 제법 좋았다. 그러자 내 고향 강원도의 순진한 어른들이 올해 더 많은 감자를 심었다. 서울 상인들도 지난 5월 계약금만 치르고 아예 밭떼기로 감자를 사들였다. 그래서 그걸로 가용이나 좀 하나 싶었다.
그런데 하지가 지나 작년보다 더 많은 감자가 출하되면서 값이 폭락했다. 상인들은 현재 시세로 감자를 수확해봐야 그냥 밭에서 썩히는 것보다 못하겠다 싶어 먼저 치른 계약금은 자기들이 손해를 볼 테니 농부들에게 감자를 수확하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어제 시장에 가서 일부러 감자 값을 보았다. 내 주먹보다 큰 것만 골라 열 개를 담았는데 씨앗대, 비료값, 품삯, 차량운임에 판매마진까지 합쳐 3,900원이었다. 그러면 대체 밭에서는 얼마라는 얘기인가. 거기에선 감자 한 박스 값이 담배 비싼 것 한 갑 값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세상 사람들아. 그리고 사람 많은 회사들아. 올 여름에 다들 저 헐한 감자 한 박스씩 사서 나누자. 이 장마에 지금 밭에서 우리 아버지의 주먹 같은 감자가 썩어가고 있다. 고향 어른들 생각하면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눈물이 나서 미치겠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