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킬 근본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광란을 잡으려는 청와대의 분위기는 한 관계자의 이 같은 단언처럼 절박하고 결연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도 간단치 않은 기류가 읽혀진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달 17일 노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정책 간담회를 가진 뒤부터 “이번 만큼은 끝장을 볼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10ㆍ29 대책, 5ㆍ4 대책 등 20여 차례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아파트 가격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이 요동친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한 관계자의 언급이 상황 인식을 잘 말해준다. 결론은 부동산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민적 동의 아래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여야 협상 외에 국민 대토론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ㆍ사ㆍ정 및 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계 대표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예상해볼 수 있다. 나아가 각계 대표가 서명하는 ‘국민 대협약’을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사정 대타협의 개념을 부동산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토지공개념을 대폭 강화하는 차원에서 마련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도 이미 ▦모든 거래의 투명화 ▦투기이익 철저 환수 ▦공공부문 역할 확대 등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방향의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89년 도입된 토지공개념 정신이 그 동안 토지초과이득세 폐지 등으로 약화했지만 이번에 다시 공개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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