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평촌 등 판교 신도시 인근의 아파트 값 급등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자취를 감췄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이지만 호가가 내려가는 곳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앞두고 일시 휴지기에 들어간 것일 뿐 정부 대책이 미흡할 경우 다시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5월말부터 한달간 약 1억원 이상의 가격이 뛰었던 평촌 신도시의 경우 최근 아파트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호가를 1,000만원 정도 낮춘 매물이 간간히 나오고 있다. 평촌 갈산동 샘마을 쌍용아파트 48평형은 최고가 보다 1,000만원 낮은 5억3,000만원 안팎에서, 우방아파트도 평형마다 약 500만~1,000만원씩 호가를 내린 매물이 눈에 띠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촌의 지난 한 주간 집값 상승률은 0.22%로 전주(2.15%)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용인과 분당 등도 평촌보다는 덜하지만 지난달 같은 폭등 분위기는 다소 사그라졌다.
분당 이매동의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라졌던 매물이 조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 죽전동 H공인 관계자도 “이전에는 매물을 내놓고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거둬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 심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한달 동안에도 1억~2억원씩 올랐지만 매수세가 끊기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선경공인 관계자는 “조만간 대책이 나와서 인지 사려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호가가 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살 사람만 있다면 호가보다 최소 1,000만~2,000만원은 낮게 거래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거래를 동반하지 않은 만큼 조정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8월에 나올 예정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강도에 따라 다시 급등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담보대출을 제한한 것이 다소 효과를 보고 있지만 8월에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억눌려 있던 집값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도 “정부가 지금과 같이 규제 위주로 수요를 막는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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