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은퇴를 표명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미 연방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두고 미국 사회에 이념 전쟁이 불붙고 있다.
오코너 대법관이 재임한 24년 동안 미국인들은 대법원을 ‘오코너 법정’으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낙태와 종교, 소수인종우대정책 등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에서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판결을 통해 미국 이념과 힘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온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마자 미국의 보수ㆍ진보 진영은 후임 지명전을 위한 진열을 가다듬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 오코너의 은퇴를 ‘미국 정치의 지진’에 비유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누구를 후임자로 지명하느냐에 따라 대법원의 이데올로기적 균형과 논란이 있는 사회 문제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의 은퇴는 한 세대 만에 가장 중대한 인준 투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진보 시민 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찾아온 대법관 지명 기회를 보수의 아성을 쌓는 데 이용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길을 위한 진보적 사람들’이라는 단체는 최소한 오코너 대법관과 같은 중도적 인물이 후임으로 지명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오코너의 판결 성향과 이미지를 투영하는 TV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에드워드 케네디(민주)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미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인물을 지명한다면 우리는 그 지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의 다음 회기가 시작하는 10월쯤 후임자를 결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미 후임자 5, 6명을 압축,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히스패닉계인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을 내심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그의 지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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