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공시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의 내부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접대공세를 벌일 정도로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공정공시제도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 정보의 사전 누출을 막아 개인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이지만, 분기별 실적 추정 등을 위해 내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해당 기업 임직원에게 식사 대접 등 접대공세까지 벌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정을 위해 기업 탐방을 가도 ‘공정공시 위반’이라는 이유로 입을 꼭 다물어 심도 있는 보고서 작성에 한계가 있다”면서 “시장에 다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까지도 확인을 안 해줘 공시가 난 후에야 ‘뒷북’을 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공식 통로가 아닌 개인 네트워크로 정보를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접대공세에 시달리던(?) 우리가 요즘에는 기업 임직원들을 접대하는 신세로 전락, 애널리스트 사회에선 ‘우리가 먹이사슬의 최하단’이라는 자조적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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