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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요 '민심달래기'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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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요 '민심달래기' 역풍

입력
200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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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8) 필리핀 대통령이 대선 개표조작 의혹과 가족 비리혐의로 최악의 정치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연일 대규모 군중시위가 열려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확실한 지지 기반이었던 천주교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반대세력이 지난해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페르난도 포 2세의 부인인 수잔 로체스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필리핀 대법원은 1일 아로요 대통령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 대책의 핵심 방안으로 실시한 부가세 인상정책을 18시간 만에 중지 시켰다. 대통령이 세율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 들인 것이다.

아로요는 세수를 늘려 빈곤퇴치에 활용해 민심을 회복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민중들에게는 세금 인상이 분노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날도 수도 마닐라에서 5,000여 명의 시민들이 퇴진을 요구하며 부가세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천주교도 등을 돌렸다. 로살레스 마닐라 대주교는 “진정한 용서는 사죄 이상을 원한다”며 간접적으로 하야를 촉구했다. 아로요는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피플파워’를 등에 업고 2001년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뒤 집권 한 후 지난해 5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아로요는 개표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했지만 오히려 사퇴요구과 탄핵압력만 거세게 받고 있다. 서민들의 추앙을 받던 디어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로서의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가 실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 호세 미구엘과 아들 후안 미구엘 상원의원이 불법 도박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탈세 혐의를 받아온 최측근인 아서 얍 농업장관도 사임 시켰지만 민심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남편을 1일 홍콩으로 사실상 귀양 보낸 것이 가족을 버린 여자라는 비난의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반해 로체스는 지난해 12월 부정선거의 후유증으로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부인으로, 여론의 동정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로체스는 “도난 당한 남편의 대통령직을 돌려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남편이 국민배우였을 뿐 아니라, 자신도 유명 여배우 출신인 그는 대중연설에 매우 능하다. 후안 폰세 엔릴레 야당 상원의원은 “그녀는 도덕성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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