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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주범 잡았다고 문제 풀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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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주범 잡았다고 문제 풀릴 건가

입력
200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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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서울 강남지역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으로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지목하고 전방위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가격이 급등한 강남 9개 아파트단지의 거래를 분석해봤더니 매입자 10명중 6명(2만6,821건 중 1만5,761건)이 3주택 이상 보유자였고 이로 인해 이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년전 1월 3억7,700만원에서 10억6,5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는 근거에서다.

잔뜩 들뜬 국세청은 “이번 강남 표본조사를 실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3주택 이상 보유자의 비율이 60%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고 실토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18만여의 다주택세대가 모두 75만여채의 집을 갖고 있는 만큼 과세 강화조치로만 판교급 신도시 2~3개를 건설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 망국론’을 뒷받침할 수단을 마침내 국세청이 찾았다는 의기양양함마저 느껴진다.

이미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들이 오간 지 오래지만 그것이 공식통계로 확인된 것은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부동산 정책의 타깃이 투기이익 환수와 양질의 주택공급, 실수요자 보호 등 3가지로 압축된 까닭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세청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습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 운운하며 2년여 동안 30여차례의 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제대로 된 통계 하나없이 책상머리 앞에서 머리만 굴렸다는 것을 자인한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 전체인력의 60%를 투입해 다주택 투기세력의 장난만 잡으면 강남과 분당 등 수도권의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여긴다면 참으로 짧은 생각이다.

누구나 처음엔 집 한채 갖는 것이 소원이겠지만 욕구는 끝없이 발전하게 마련이다. 다주택 소유자의 자금출처 조사와 보유ㆍ양도세 강화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400조원대의 시중 부동자금과 주택욕구의 고급화를 외면하는 정책은 사상누각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는데 그 의욕이 왠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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