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 달 들어 일부 수수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종전엔 오후 5시가 넘으면 자기 거래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할 때도 500~600원의 수수료를 물었지만, 이젠 6시 이후로 1시간 연장됐다.
은행들의 자발적 서비스 아닌 감독당국의 지도성 권고에 따른 것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비자에겐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니까.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금요일 저녁에 대한 ‘배려’의 부재다. 미국의 은행들은 대개 평일 오후 3시면 문을 닫지만 금요일은 예외다. 토.일요일을 앞두고 거래가 몰리는 금요일 오후엔 4~5시까지 창구를 열어두어 고객 편의를 도와주는 것이다.
국내 은행에 ‘2% 부족’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점들이다. 이 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시행됨에 따라 금요일 오후 금융서비스 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국내 은행들에게 미국처럼 금요일 오후 영업시간 연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최소한 토.일요일에 쓸 현금을 인출하는 자기 은행 고객들을 위해, 금요일 오후 만큼은 수수료면제 적용시간만이라도 더 늦춰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은행들이 고객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했다면, 수수료면제시간을 월~금요일 똑같이 1시간씩 늘리는 획일적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수료수입이 아까워서 라면 차라리 월~목요일은 30분만 연장하고, 나머지는 금요일로 몰아 8시까지는 수수료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감독당국도 어차피 권고하고 지도할 바엔 이런 식으로 했어야 옳다.
여기까지가 국내 은행, 국내 감독당국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별 것 같지 않는 ‘2% 부족’에서 우리나라 금융의 현주소를 읽게 된다.
이성철 경제과학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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