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6일부터 개최하는 ‘픽쳐스(Picture)’전은 살가도전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위치한다. 사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이어 상상력의 공간을 보여준다.
출품작은 토마스 디멘드, 제임스 카세베르, 비크 뮤니즈, 쌍둥이인 제인 앤 루이스 윌슨 자매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젊은 사진 작가 9명의 작품 31점. 이들 대부분의 작품은 사진의 재현 능력에 대한 일반의 기대, 즉 객관성에 대한 기대를 절묘하게 비튼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올해 초 대대적인 기획전을 열 만큼 논쟁적인 작가로 부상한 토마스 디맨드는 텅 빈 건축 설계 사무소나 자료실 같은 공간을 사진으로 옮긴다. 완벽한 고요 속에 침잠해 있는 듯한 공간은 실제로는 조그만 모형으로 만들어낸 인공물. 사진은 진짜가 아닌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
제임스 카세베르 역시 지하수로나 물에 잠긴 홀을 모형으로 만들고, 사진을 찍어 마치 진짜 홍수 피해를 당한 공간처럼 제시한다.
비크 뮤니즈의 뉴욕시 야경 사진은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검은 바탕위에 자잘한 다이아몬드를 촘촘이 박아넣은 것을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한 것이다. ‘재현’의 올가미를 벗어난 카메라는 물감이나 목탄처럼 미술 재료의 하나로 기능하면서 사진예술의 표현 영역을 드넓히는 데 일조한다. 31일까지, (02)734-6111~4.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기타 볼 만한 사진전
▲ 김수남 - 최상일전 ‘빛과 소리의 아시아’ /6~19일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중국 인도 미얀마 등 아시아 여러 민족의 전통 음악과 춤을 사진과 소리로 담았다.
▲ 찰나의 거장전: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7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02)379-1268 /인간사를 ‘결정적 순간’으로 붙잡아 낸 거장의 눈썰미를 확인할 수 있다.
▲ 보드리야르 사진전 /17일까지 /대림미술관, (02)720-0667 /복제된 이미지가 일상을 지배한다는 시뮬라르크 이론가 장 보드리야르가 “의미 없이 찍었다”는, 의미를 찾게 만드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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