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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구위해 수화배우는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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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구위해 수화배우는 천사들

입력
200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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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가 귀가 안 들리는 훤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길은 수화밖에 없습니다. 먼저 동요 ‘곰 세 마리’를 수화로 불러 볼까요? 자~ 시작합니다, 따라하세요~.”

2일 충북 영동 산골의 용화초등학교에서 전교생 63명이 모두 참여하는 수화(手話) 배우기 시간이 돌아왔다. 교실마다 교사와 학생들이 일제히 TV 모니터를 바라보며 두 팔과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수업 시간이라기보다 흥겨운 놀이마당에 가깝다. 스승과 제자들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 친구 단 한 명을 위해 2교시 수업이 끝난 뒤 매일 20분씩 수화를 배운 지 벌써 3달.

특수학급 담당 교사 박영자(44ㆍ여)씨가 이 학교에 부임한 것은 작년 초. 영동군 읍내 이수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꼬불꼬불한 고개 2개를 넘고, 버스가 하루 세 번밖에 다니지 않는 용화면 용화리의 이 학교로 옮겨 왔다. 특수학급을 맡고 보니 반원 6명 중 2학년이었던 김 훤(9)양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청각장애 2급인 훤이의 청력검사를 해 보니 보청기를 끼어도 소용이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거의 들리지가 않으니 말도 못 하고요. 달팽이관에 전극을 이식하는 인공 와우 수술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값도 비싸고 성공 여부도 확실치가 않습니다. 아버지마저 드러누운 어려운 가정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훤이는 수업은커녕 급우들과 말이 안 통해 늘 교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그림책이나 뒤적이는 외톨이였다. 보다 못한 박 교사는 “나 혼자만이라도 훤이 친구가 되자”는 각오로 인터넷 한국수화방송국(http://ksltv.yc.ac.kr)을 통해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동료 교사 7명과 학생들도 가세해 학교 전체가 수화를 익히게 됐다.

‘안녕’‘고마워’‘미안해’ 같은 단어 위주지만 수화 수업이 시작된 후 훤이에게 서툰 손짓 몸짓으로 말을 붙이는 친구가 하나 둘씩 늘어났다. 내성적이던 훤이도 차츰 밝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기’는 두 손을 약간 굽혀서 귓가에 재미있게 흔들어 준다. ‘어린이’는 왼손 손가락을 브이(V)자로 세워 콧물을 흘리는 흉내를 낸 뒤 양손으로 ‘아기’를 표현하면 된다.

“세 달이 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익혀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숫자송’‘아빠, 힘내세요’같은 수화 노래를 즐겨 부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손 모양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정에 실어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툴게나마 함께 배우다 보면 훤이와 사이에 가로놓인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지요.” 그는 키도 크고 눈치도 빨라진 훤이가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넓은 운동장을 누빌 때 마음이 뿌듯하다고 한다.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교단 경력 24년째인 박 교사는 1987년 도 교육청 시험을 통과한 이후 지금까지 특수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요즘엔 정상 아동들에게 교실에서 눈을 감고 다니게 한다거나 하는 장애 체험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아닌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런 친구를 돌봐야 한다는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서이지요. 다행히 순박한 시골 친구들이 잘 따라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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