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고해주는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EWS)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해 건설교통부가 연세대 경제연구소에 의뢰해 구축한 EWS는 과거(1987~2004년)의 부동산시장 동향 분석자료를 토대로 뽑아낸 유동성 금리 산업생산지수 임금수준 등 부동산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지표의 움직임을 종합, 시장상황을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의 5단계로 나눠져 있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EWS를 점검한 결과 5월의 부동산시장은 주택 토지시장 모두 위기경보 5단계 중 두 번째인 ‘관심’단계를 보였다. 주택시장은 4월보다 한 단계 높아졌고 토지시장은 4월에 이어 관심단계를 유지했는데 주택 토지시장이 한꺼번에 관심단계에 들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우려가 있고 토지시장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기업도시 건설로 지가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건교부의 분석이다.
부동산 광풍 부추기는 개발사업
전문가들이 만든 시스템에 의한 점검결과이기에 믿어야겠지만 최근의 부동산시장 움직임이 정말 정상을 약간 벗어난 ‘관심’단계인지 쉽게 수긍이 안 간다. 체감지표로는 ‘경계’나 ‘심각’단계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건교부가 발표한 5월 땅값 동향과도 괴리가 있다.
5월의 전국 땅값은 평균 0.562% 올랐고 거래량은 필지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27.6% 늘어났다. 이 같은 상승률은 1~4월의 상승세를 초과한 것이다. 전국 평균치라 실감이 안 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청지역 등 개발소재를 안고 있는 지역의 상승세는 훨씬 가파르다.
이런 때에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며 강력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며 “전세게 부동산가격이 다 올라도 한국은 올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전초전이었고 본격적인 투기열풍은 이제부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제까지의 부동산투기 양상이 국지전적 또는 간헐적이었다며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이 실천단계로 접어드는 지금부터는 엄청난 폭발성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행정중심도시 및 판교신도시 건설계획만으로도 감당키 어려운 투기바람이 불었는데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ㆍ기업도시 건설, 경제특구 조성 등 전국적 개발사업이 동시다발로 이뤄지면 무슨 수로 투기열풍을 막을지 암담하다.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전국적 부동산투기 광풍이 몰아치리라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지자체 내부의 공공기관 기업도시 경제특구 유치경쟁은 자연스레 집값 땅값을 부추기고 후보지가 결정되고 나서는 토지보상비가 풀려 또 한차례 투기바람이 일 것이다. 공공기관이 떠날 수도권 역시 수도권발전대책이라는 새로운 개발계획과 강북 뉴타운 개발이 투기에 불을 붙일 것이 뻔하다.
개발계획과 투기대책을 잇달아 내놓은 정부를 보면 한 손에 기름 통, 다른 손에 물통을 들고 허둥대는 모양새다. 수도권 집중완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나온 대책들이 다른 측면에선 모두 인화성이 강한 투기 활성화대책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盧대통령 장담 정말 지켜지길…
8월중 초강력 투기대책이 나올 모양이다. 건교부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ㆍ기관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이미 투기불씨가 전국으로 퍼진 상황이라 초강력 대책이 기대한 효과를 거둘지 궁금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세계 부동산이 다 올라도 한국에서는 올라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말이 절반만이라도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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