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나이키골프)은 알아주는 싸움닭이다. 돌아가야 하는 곳에서 엎어지는 한이 있어도 질러가야 직성이 풀릴 만큼 두둑한 배짱과 공격적인 성향의 골퍼다. 그래서 그의 스코어카드는 버디 만큼 많은 보기 마크로 어수선할 때가 많다. 박지은이 홀별로 승부를 가리는 매치플레이에서 더욱 힘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은은 주로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미국 아마추어 대회에서 55승을 올린 데 이어 2002년 시스코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매치플레이에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해왔다.
우승 상금 만 50만 달러가 걸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박지은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박지은은 1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스골프장(파72ㆍ6,523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 판에서 후반 버디쇼를 발판으로 백전노장 미셸 레드먼(미국)을 2홀차로 따돌리면서 최근 부진 우려를 털어냈다. 하지만 매치플레이에는 항상 변수가 도사리는 법. 박지은은 1일 밤 개재된 2회전에서 복병 마리사 바에나(브라질)를 만나 오후 11시50분 현재 10번홀까지 1홀을 뒤진 채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15명의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지은을 포함해 7명이 2회전에 나섰다. 안시현(코오롱엘로드)과 박희정(CJ)은 카린 이셰르(프랑스)와 제니스 무디(스코틀랜드)를 나란히 2홀차로 따돌렸고 김미현(KTF)과 장정은 미국의 멕 말론과 라일리 랭킨에 각각 4홀차 대승을 거뒀다. 이미나와 김초롱도 32강에 합류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US여자오픈의 신데렐라 김주연(KTF)은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의 대결에서 1홀차로 무릎을 꿇었다. 최근 샷이 되살아나고 있는 박세리(CJ)도 레이철 해더링턴(호주)에 1홀차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한편 메이저 연승에 제동이 걸린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승도 없는 39살의 무명 조안 몰리(잉글랜드)와 17번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2홀차로 간신히 승리를 따내 또 한번 체면을 구겼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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