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노포비아(sinophobiaㆍ중국 공포증).' 최근 국내외 언론들은 '차이나 달러'의 대공습에 혼비백산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직접적 계기는 국영인 중국해양석유, 일명 시누크(CNOOC)가 미국 9위의 석유회사인 유노칼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60억달러선을 제안하며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은 쉐브론이었지만, 시누크가 이보다 20억달러 이상 높은 값을 제시하며 뛰어든 만큼 시장논리상 승자는 이미 결정된 셈이다.
▦그러자 미의회는 물론 월스트리트와 언론까지 나서 '안보 재앙' 운운하며 와글와글 떠든다. 지난해 말 중국 PC업체 렌샹(聯想ㆍ영문명 레노보)이 IBM의 PC부문을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제기됐던 안보논란의 수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물 간 IT분야인 PC는 그렇다쳐도 미국의 힘이자 자부심인 에너지를 어떻게 중국에 내주냐는 항변이다. 얼마전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진공청소기 '후버' 등 미국의 필수 가정용품을 생산하는 메이택을 12억8,000만달러에 사겠다고 한 것도 찜찜했을 법하다.
▦미국 조야의 견제가 워낙 거세자 시누크의 푸청위(傅成玉ㆍ54) 회장은 미 의회에 "군사적 경제적 안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세심하게 검증받겠다"는 요지의 편지를 보내는 등 자세를 잔뜩 낮췄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에 삽입된 '엑슨 플로리오' 조항에 따라, 외국기업이 자국 회사를 인수할 경우 법무부 재무부 국토안보부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외국인투자위가 안보 위협요인이 없는지 심사해 승인여부를 판정한다. 하지만 USC 석유공학 석사로, 이미 세계 에너지업계의 명사반열에 오른 푸 회장의 심중을 어떻게 알겠는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엄청난 달러를 앞세워 미국기업 포식에 나선 것은 짚어볼 대목이 많다. 전문가들은 "경제력에 비해 기업의 글로벌화가 더디자 M&A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며 "2015년까지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다국적기업 50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일본이 80년대 미국의 랜드마크 부동산을 마구 삼킬 때 언론들은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고 떠들었지만 '우산 속의 반란'이라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중국인 지금, 그런 여유는 찾기 힘들다. 그 중국이 최근 전남 무안군에 자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저 마냥 반겨도 될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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