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군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과 정부조직법 처리과정을 통해 정치권 내부의 역학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변화의 주연은 민주노동당. 민노당은 ‘10석의 힘’으로 해임건의안의 운명을 결정지음으로써 4ㆍ30 재보선 이후 형성된 여소야대 정국에서 균형자로 급부상했다.
우선 윤 장관 해임건의안에 사활을 걸었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우 외견상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리당의 경우 문희상 의장 체제가 공고해지는 토대가 마련된 반면 한나라당은 원내전략 부재와 선동정치라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우리당도 “앞으로 중요한 문제는 민노당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는 한 초선 의원의 푸념처럼 향후 정국 운영에서 민노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당과는 달리 민노당은 당분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정국이 좌우되는 위치를 점하게 됐다. 과반의석이 무너진 여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민노당에 기댈 수밖에 없고, 당장 조대현 헌재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민노당에 협조를 구해야 할 형편이다.
이를 두고 민노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4ㆍ30 재보선 결과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한나라당의 완승이 우리당으로 하여금 민노당과의 공조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민노당은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서도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민노당이라고 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다.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우리당과의 빅딜설이 제기된 데 이어 1일에는 ‘우리당 2중대’, ‘야합’ 등 원색적인 비난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이에 대해 민노당 정책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법안을 예로 들며 “우리당과 민노당의 지향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책적 판단에 따른 공조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소수인 만큼 정치력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당의 필요가 아니라 민노당의 필요에 따른 공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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