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3배로 뛴 서울 강남 아파트값을 부추긴 것은 3주택 이상 보유세대다.”
1일 국세청이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9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국세청 담당자들조차 드러난 실태가 믿어지지 않아 3~4번 조사를 거듭하며 확인했고, 놀라운 부동산 투기 실태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강남 투기 실상 이번 표본 조사대상은 서울 강남구 5곳, 송파구 1곳, 서초구 1곳, 강동구 2곳 등 총 9개 아파트 단지다. 이중에는 재건축 단지 6곳이 포함돼 있다. 이들 단지에서 지난 5년간 매매된 거래량은 총 2만6,821건. 그 중 아파트를 2채 이상 갖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를 또 사들인 경우는 1만5,761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58.8%를 차지했다. 더 이상 집이 필요 없을 사람이 추가로 집을 산 것이다. 국세청이 대부분 부동산 투기목적이라고 단정하는 근거다.
실제로 뛴 집값도 엄청나다. 국세청은 아파트단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언론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동 주공1단지 15평형의 경우 2000년1월까지만 해도 매매가가 1억6,500만원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크게 집값이 뛰어 현재는 6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5년 만에 3.8배 오른 것이다. 이 곳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 중 53.6%는 2주택 이상 보유세대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도 2000년 2억5,500만원이었던 것이 현재 8억500만원, 강남 개포 우성2차 아파트 45평형은 6억1,500만원에서 현재 15억3,500만원으로 뛰었다. 이들 단지 역시 지난 5년 동안 매매된 전체 물량의 각각 60.2%, 64.9%를 2주택 이상 보유세대가 사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성2차의 경우 2002년 한해 동안 가격이 2억 2,000만원이 뛸 당시 거래의 71%는 2주택이상 보유세대에 의해 이뤄졌다.
반드시 잡는다 “망국적 병폐인 부동산 투기가 근절될 때까지 명예를 건다”는 것이 국세청의 각오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 달부터 3주택 이상을 소유한 전국 18만 세대에 대한 일제 검증 방침을 밝혔다. 이번 표본조사는 그런 맥락에서 실시됐으며, 이를 통해 다주택 보유자들의 투기실태가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투기단속이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전체 인력 1만7,000명의 60%에 가까운 9,700명을 투기조사에 투입할 방침이다.
단속의 초점은 3주택 이상 보유세대가 주택 취득 및 양도과정에서 세금탈루를 했는지 여부이다. 세무조사를 통해 투기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추징해 전반적인 투기심리를 억제하면서, 탈루소득이 다시 투기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봉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단속은 전방위로 진행된다. 다주택 보유자의 재산취득 자금출처조사는 물론이고 관련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벌일 계획이다. 명의위장, 딱지거래,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도 물론 단속 대상이다. 투기에 개입된 부동산 중개업소, 대출금융기관의 관련 규정 위반여부까지 점검해 관련기관에 통보한다는 게 국세청 방침이다.
또 다주택 보유자의 명의위장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유주택의 매각을 유도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 경우 판교급 신도시 2~3개를 새로 공급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표본조사 결과를 감안해 3주택 이상 보유 조사대상을 당초 ‘최근 1~2년 사이 보유주택 증가자’에서 ‘2000년 이후 보유 주택 증가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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