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박 참외 등 여름과일 값이 그야말로 ‘떨이’ 수준이다. 장마철 무더위와 생활고에 찌든 도시서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농촌의 과수농가는 생산원가도 못 건져 울상이다.
1일 서울의 할인매장 이마트에서는 8㎏크기 수박 1개가 8,800원(상품기준)에 판매됐다. 참외 한봉지(1.6㎏) 값은 3,480원. 이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18.5%, 27.5% 떨어진 가격이다.
도매가격은 더 떨어졌다. 이날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8㎏짜리 수박 경매가는 6,500원(상품)으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4.6%나 폭락했다. 참외 한상자(15㎏)는 1만6,000원으로 37.5% 떨어졌다.
가락시장의 한 상인은 “경매 일을 본 지 7년 됐는데, 과일 값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면서 “농민들이 종자 값이라도 건지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과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원가는 수박(8㎏)이 4,500원, 참외(15㎏) 1만9,500원이다. 산지가격이 도매가격의 6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농민들은 수박 한 덩어리에 600원, 참외 한 박스에 무려 7,800원의 손해를 보고 팔고 있는 셈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과일 값이 비싸 올해 재배 농가가 크게 늘면서 생산량이 급등한 반면 수입 과일 등 대체 상품이 늘고 소비침체까지 겹쳐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일선 농협에 최상등급만 출하토록 하는 등 판매물량을 조절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산지에서는 아예 밭을 갈아엎을까 고민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