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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타샤 댄스-러시아 문화사 - 러시아 문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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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타샤 댄스-러시아 문화사 - 러시아 문화 알고 싶다면…

입력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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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카 라친’ 같은 귀 익은 민요는 러시아 문화의 특질을 민중의 눈물 겨운 저항, 투박하지만 끈끈한 연대로 특징짓는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소설에서는 어둡지만 언제나 삶의 본질을 예리하게 응시하는 격조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과연 러시아 문화를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올랜드 파이지스 영국 런던대 교수가 쓴 ‘나타샤 댄스-러시아 문화사’는 표트르 대제가 바다보다 낮았던 땅에 해외에서 들여온 자갈을 깔아가며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18세기 초부터 소비에트의 브레즈네프 시대인 1970년대까지 300년간의 러시아 문화 전반을 다룬 책이다. 역사는 물론이고 문학, 미술, 음악, 발레, 영화 등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하지만 러시아 문화의 특질을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광대한 땅만큼 다양한 문화. 굳이 말하자면 이렇게라도 표현할까.

“러시아에는, 설교나 기도가 아니라 진흙탕과 오물 속에서 수세기 동안 민중이 잃어 왔던 인간적 존엄성을 일깨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평론가 비사리온 벨린스키는 ‘러시아적 영혼’의 특질을 민중의 내면에서 찾았다. 막심 고리키가 ‘나의 대학시절’에서 카잔 인근 마을에서 만난 농민을 묘사하는 대목은 이렇다. “그는 하느님을 크고 잘 생긴 노인이자 악을 정복할 수 없는 친절하고 현명한 세계의 스승으로 묘사했다.” 통념대로 러시아 문화의 바탕에는 이런 민중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러시아 정신의 전부는 아니다. 고골리는 가톨릭이나 정교를 통한 기독교적 형제애를 늘 꿈꾸었으니까.

러시아 문화를 다룬 책들이 전통시대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들의 대립, 또는 근대 이후 마르크스주의와 인민주의로 이어지는 사상사에 치중했는데 반해 이 책은 러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작가와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활동을 당시 역사와 교직해가면서, 의미를 길어올린 일종의 문화 해석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는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적이기를 기대한다”며 러시아 전통에서 가장 위대한 문화적 인물들, 예를 들어 푸쉬킨, 체홉,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샤갈과 칸딘스키 등은 “러시아인만이 아니라 유럽인이기도 했으며 두 가지 정체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뒤얽히고 서로 의존했다”고 말한다.

차르 시대부터 소비에트까지 러시아 문화란 과연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변해갔는지 살필 흔치 않은 기회를 주는 책이지만 우리말 번역이 너무 서툴어 책의 향취를 반감시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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