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모색하는 ‘21세기 세계 정치ㆍ경제 신질서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후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5월8일 러시아 전승 60주년을 기념해 모스크바를 찾은 지 불과 한달 여 만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최근 50여년간에 걸쳐 밀고 당겨왔던 양국의 국경문제를 타결 짓고, 시베리아 유전 송유관도 중국 쪽으로 우선 건설키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내달 18일 중국 보하이(渤海)만 해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양국이 이같이 급속도로 밀월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제휴의 의미가 깔려 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국제법 준수와 다변(多邊)주의, 평등과 상호존중을 강조하면서 국제 현안이 일방주의적인 초 강대국 어느 한 나라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군사, 에너지, 경제 등 각 방면에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경제협력도 급진전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일본, 한국에 이어 중국의 주요 경협 파트너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양국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34.7%나 증가한 규모다. 올해는 5월 현재까지 100억 달러에 달해 연말 25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공식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정상은 30일 모스크바 근교 노보-오가료보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 별장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별장 회동은 푸틴 대통령의 전격적인 요청을 후 주석이 수락해 이뤄졌다.
노보-오가료보 별장은 푸틴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곳으로 각별한 사람만이 초대돼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크로포드 목장에 비견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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